2025년, 가상자산 시장에 법인 참여의 문이 단계적으로 열립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기관 투자자의 진입과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라는 매우 엄격한 규제의 벽이 존재합니다.
제가 직접 컨설팅한 많은 기업들이 이 VASP 라이선스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단순히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까지, 마치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가상자산사업자 등록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조건과 법인 거래 허용 로드맵, 그리고 현실적인 제약까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총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 핵심 요약표
구분 | 주요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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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사업자 정의 | 가상자산의 매매, 중개, 보관, 이전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
필수 등록 요건 |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ISMS 인증,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 |
법인 거래 허용 단계 | 1단계(비영리법인 등 매도) → 2단계(상장법인 등 시범 허용) → 3단계(일반법인 검토) |
법인 계좌 개설 현실 | 현재 은행권의 비협조로 법인 계좌 개설이 매우 어려워, 즉시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 |
1. 가상자산사업자(VASP)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가상자산사업자(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VASP)는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곳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매매,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모든 사업자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업비트, 빗썸 같은 거래소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나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업체 등도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점은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고 수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42개사가 신고를 마친 상태이며, 이 명단에 없으면 불법 업체로 간주될 수 있으니 이용자들은 거래 전 꼭 확인해야 합니다.
2. VASP 등록을 위한 3대 핵심 조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는 서류만 제출한다고 끝나는 간단한 절차가 아닙니다. 금융 당국은 이용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위해 다음 세 가지 핵심 조건을 반드시 충족하도록 요구합니다.
-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고객의 소중한 자산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ISMS 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필수 중의 필수입니다. 해킹이나 시스템 오류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정으로, 통과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원화(KRW) 마켓을 운영하려면 시중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은행은 자체적인 심사를 통해 자금세탁 위험, 재무 건전성 등을 평가하므로, 이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가상자산사업자에게는 가장 큰 허들 중 하나입니다.
-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구축: 의심스러운 거래를 탐지하고 보고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고객확인(KYC)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자금세탁방지 관련 전문 인력을 두는 등 금융기관 수준의 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3. 2025년 법인 가상자산 투자, 단계별 허용 로드맵
지금까지 법인은 가상자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2025년부터는 단계적으로 문이 열립니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 1단계 (2025년 2분기~): 비영리법인이나 가상자산 발행사 등이 보유 코인을 현금화할 목적의 '매도' 거래만 우선 허용됩니다. 임직원 급여 지급, 세금 납부 등 운영비용 충당 목적으로 제한되며, 투자 목적의 매수는 불가능합니다.
- 2단계 (2025년 하반기~): 코스피/코스닥 주권상장법인 및 금융투자업자(전문투자자)에 한해 투자 및 재무 목적의 가상자산 '매수'와 '매도'가 시범적으로 허용됩니다. 은행과 거래소가 강화된 AML 심사를 거쳐 개별적으로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 3단계 (중장기): 일반 법인의 투자 목적 거래를 전면 허용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과 외환·세제 제도가 완비된 이후에나 검토될 예정으로, 실제 시행까지는 수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4. 법인 계좌 개설, 현실적인 장벽은?
정부의 로드맵 발표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당장 가상자산 거래를 시작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현실적인 장벽은 바로 '은행 계좌 개설'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시중 은행은 가상자산 투자·매매를 주업으로 하는 법인에 대해 계좌 개설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금세탁,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법인 계좌가 없으면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은 물론, 기본적인 회사 운영 자금 관리조차 불가능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사업 목적에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관련 문구가 포함된 법인은 일반 입출금 통장 개설조차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가상자산사업자로 사업을 계획한다면, 법인 설립 단계부터 은행과의 소통 및 증빙자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5. ISMS 인증, 왜 그렇게 중요할까?
ISMS(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입니다. 과거 거래소 해킹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건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ISMS 인증은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정보보호 정책, 조직, 자산, 기술 등 104개의 항목에 대해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을 갖추었는지를 국가 공인 기관이 심사하고 보증하는 제도입니다.
이 인증을 유지하려면 매년 사후 심사를 받아야 하며, 유효기간은 3년입니다. 즉,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내 자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FIU 신고의 전제 조건이므로, ISMS 인증 없이는 가상자산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6. 자금세탁방지(AML) 의무와 이용자 보호
가상자산은 익명성과 빠른 전송 속도 때문에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에 악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강력한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상자산사업자 역시 특금법에 따라 금융회사에 준하는 AML 의무를 집니다.
주요 의무는 고객확인제도(KYC) 이행, 의심거래보고(STR), 고액현금거래보고(CTR) 등입니다. 예를 들어, 신규 회원이 가입할 때 신분증 확인 등 철저한 신원 확인을 거치고, 비정상적으로 큰 금액이 갑자기 입출금되는 등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생하면 즉시 FIU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러한 AML 체계는 범죄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고, 건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여 선량한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주묻는질문 Q&A
Q1: 개인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 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개인이라도 가상자산의 매매, 교환, 보관 등을 '영업으로' 한다면 사업자 신고 대상입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통해 수수료를 받거나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형태라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Q2: ISMS 인증을 받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A: 기업의 규모와 준비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컨설팅 시작부터 인증 획득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됩니다. 관리체계 수립, 문서화, 시스템 구현, 내부 감사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Q3: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가 은행 실명계좌를 가지고 있나요?
A: 아닙니다. 원화(KRW) 입출금을 지원하는 원화마켓 거래소만 은행 실명계좌가 필요합니다. 코인만 거래할 수 있는 코인마켓 거래소는 실명계좌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이용자 편의성과 신뢰도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Q4: 2025년에 법인을 설립하면 바로 비트코인 투자가 가능한가요?
A: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상장법인 등에 한해 시범 허용되지만, 이는 은행과 거래소의 개별 심사를 통과해야만 가능합니다. 신설 법인이 바로 투자 목적으로 계좌를 발급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Q5: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거부될 수도 있나요?
A: 네, 거부될 수 있습니다. ISMS 인증 미비, 실명계좌 확보 실패, 대표자나 임원의 금융 관련 범죄 이력 등 특금법상 명시된 결격 사유에 해당하면 신고가 반려되거나 거부됩니다.
Q6: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도 국내법을 따라야 하나요?
A: 네, 따라야 합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사업자도 특금법상 신고 의무가 있습니다. 미신고 영업 시 해당 사업자의 접속을 차단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Q7: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나요?
A: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받습니다. 미신고 영업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고객확인의무나 의심거래보고 의무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행정 처분과 형사 처벌을 모두 받을 수 있습니다.
Q8: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요?
A: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에 중점을 둡니다. 핵심 내용은 ▲사업자의 이용자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 ▲해킹·전산장애 시 책임 부담 ▲불공정거래행위(시세조종 등) 금지 및 처벌 등입니다.
Q9: 법인이 가상자산을 보유하면 세금은 어떻게 되나요?
A: 현재 법인이 가상자산을 매도하여 수익이 발생하면 다른 영업 외 수익과 마찬가지로 법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됩니다. 가상자산 처분 이익은 회계상 잡이익 등으로 처리하여 법인세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Q10: 가상자산사업자 현황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금융정보분석원(FIU)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신고가 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의 전체 명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래하려는 사업자가 정식으로 신고된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